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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

    by. now17-1

    목차

      바둑은 말없이 돌을 놓으며 진행되는 '묵언의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많다. 바둑은 사고력과 함께 자기 표현력, 경청력, 설명력, 감정 표현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교육 콘텐츠다. 본 글에서는 바둑이 아동의 언어 발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복기 활동을 통한 말하기 능력 강화

      복기란 대국이 끝난 후 자신이 뒀던 수를 다시 돌이켜보며 전략과 실수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이 시간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설명하는 기회로 작용한다.

      • 아이는 왜 그 수를 뒀는지, 상대의 수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말하면서 사고의 흐름을 정리한다. 이는 논리적 사고의 흐름을 정리하는 동시에 말의 순서를 구성하는 능력을 훈련시킨다.
      • 교사 또는 친구와의 복기 대화는 질문과 답변이 반복되는 구조로, 논리적 말하기, 의견 피력, 자기 수용적 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 특히 말하기에 서툰 아이에게 복기는 부담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화가 아닌 바둑판 중심의 시각적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말이 서툰 아이들도 자신감 있게 참여할 수 있다.
      • 복기 시간은 단순히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고 평가받으며 자기 설명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함께 키우는 언어 발달의 장이 된다.

       

      2. 전략 설명을 통한 어휘력 확장

      바둑에는 다양한 전술 개념(예: 정석, 사활, 포석, 덤, 공배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개념을 배우고 사용할수록 아동의 어휘력과 개념 이해력이 함께 확장된다.

      • 교사는 “이 수는 어떤 전략이었니?”, “이 모양은 어떤 이름일까?” 등 질문을 통해 아이가 전문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은 단순한 대답이 아닌, 개념을 활용한 문장 구성 연습을 포함한다.
      • 이 과정은 단순 암기를 넘어 맥락 속에서 용어를 활용하는 언어 능력을 기르며, 학습 언어와 생활 언어의 균형을 잡는 데도 효과적이다.
      • 정석이나 사활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상대방에게 전달이 잘 되도록 말의 속도, 정확성, 순서를 조절하게 된다. 이는 실질적인 언어 수행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 바둑 용어를 아동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적용해보면서 주제 중심 어휘 습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이는 학습 전반의 언어 이해력 향상에도 기여한다.

       

      3. 조용한 상황 속 의사소통 기술 강화

      바둑은 게임 중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수와 수 사이의 긴장감, 표정, 행동 등을 통해 비언어적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 상대의 표정, 돌을 놓는 속도, 지체된 반응 등을 통해 아이는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게 된다. 이는 비언어적 단서를 통한 정황 파악 능력사회적 해석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 이러한 경험은 언어적 표현뿐 아니라, **사회적 언어 능력(Pragmatic Language)**을 길러주는 훈련이 된다. 언제 말해야 하는지, 어떤 표현이 적절한지를 익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 대국 전후 인사, 예절, 포기 선언(기권), 감사 표현 등은 사회적 문맥에 맞는 언어 사용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한다. 이는 공식적·비공식적 상황에서의 언어 구분 능력 형성에도 기여한다.
      • 바둑의 '조용한 시간'은 오히려 아이가 내면의 언어를 구성하고 시각-행동-의미를 통합하는 시간으로 작용하며, 이후 말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표현력 발달로 이어진다.

       

      4. 협동 바둑과 토론을 통한 듣기와 말하기 능력 향상

      바둑은 단체 활동으로도 충분히 활용된다. 팀 바둑, 조별 복기, 문제 풀이 토론 등에서는 자연스럽게 듣고 말하는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 아이는 팀원과 수를 결정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친구의 말을 경청하며,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순서 있게 말하기, 요점을 간결하게 설명하기, 다양한 의견에 대한 수용 등의 언어기술을 포함한다.
      • 팀 바둑에서는 수를 두기 전 전략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동은 표현할 말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게 된다. 이는 발화 구성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 친구의 전략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구체적인 질문과 응답 능력, 논리적 반박, 피드백 제공 언어 등 실제 학습에서 필요한 말하기 기능을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다.
      • 또한 토론 후 결과를 정리하고 발표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보고 언어, 요약 표현, 청중 인식 발화 등 언어 사용의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바둑과 언어 발달: 묵언의 게임에서 배우는 대화

       

      5. 정서 표현과 감정 언어 발달

      패배의 좌절, 예기치 못한 수에 대한 놀라움, 승리의 기쁨 등 바둑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는 이를 자연스럽게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 "이번 수는 좀 아쉬웠어", "긴장돼서 잘 안 보였어", "처음으로 이겼어!" 같은 표현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화한다. 감정 명명(labeling)은 정서 발달의 핵심 요소로, 감정 조절의 전 단계이다.
      • 교사는 이러한 발화를 격려하고, “그런 기분이 들 수 있지”, “다음엔 어떻게 해볼까?”와 같은 반응을 통해 감정 표현의 어휘와 문장력을 확장해줄 수 있다.
      • 또한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동의 경우, 바둑판 위 수의 흐름을 통해 그 감정의 변화를 유추하고, 이를 언어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 감정 표현은 단지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 자기 인식, 감정 이해, 감정 조절, 감정 전달이라는 언어-정서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자극한다. 이는 친구와의 갈등 조율, 수업 참여, 발표력 향상 등 교실 내 모든 언어 활동과도 깊이 연관된다.

       

      6. 결론: 말없는 게임이 언어를 키운다

      바둑은 단지 조용히 돌을 놓는 게임이 아니다. 사고의 흐름을 말로 풀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며, 협력 속에서 소통하는 다층적인 언어 활동이다. 특히 언어 사용이 강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유도된다는 점에서, 아동의 자발적인 표현력을 기르기에 매우 적합하다.

      복기, 전략 설명, 팀 바둑, 토론, 정서 표현의 반복적 경험은 아동의 언어 능력 전반을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자기중심적 언어 사용에서 타인 중심 언어 사용으로 발전하며,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말의 시기, 상황, 맥락까지 고려하게 된다.

      또한 바둑은 언어 발달이 더딘 아동, 내성적인 성향의 아동, 감정 표현이 어려운 아동에게 특히 유익한 학습 도구다. 놀이와 교육이 결합된 바둑 수업은 말하기·듣기·쓰기·읽기의 4가지 언어 능력을 다양한 형태로 훈련시킬 수 있다.

      교실과 가정에서 바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아이는 단지 바둑 실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힘,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 감정을 조절하고 전달하는 능력, 상황 맥락에 맞는 언어 사용 기술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바둑은 '말이 없는 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말을 배우는 또 하나의 언어 교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