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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사고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교육적 놀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둑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서 안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특히 불안장애를 겪는 아동의 심리적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바둑 교육이 불안장애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리적 메커니즘과 함께 분석한다.
1. 불안장애 아동의 특징
- 불안장애를 겪는 아동은 일상적 상황에서도 위협을 과도하게 해석하고, 이에 따라 강한 긴장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친구와의 작은 말다툼, 발표 상황, 낯선 환경 등에서 과잉 각성 상태를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 정서적으로는 지속적인 걱정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사고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자기효능감 저하와 회피 행동으로 연결되기 쉽다.
- 행동 특성으로는 학교생활 회피, 주의력 산만, 짜증이나 감정 폭발, 특정 상황에서의 강박적인 의식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 신체적으로는 두통, 복통, 식욕 저하, 과호흡, 땀 분비 증가 등 자율신경계 반응이 자주 동반되며, 교실 환경에서 과민하거나 피로해 보이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이들은 일관된 일과, 예측 가능한 상황, 정서적 지지가 제공될 때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신뢰 관계가 형성된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점진적으로 안정을 되찾는다.일상적 자극에도 과도한 긴장과 걱정을 느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나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 신체적으로는 심장 두근거림, 근육 긴장, 땀 흘림 등이 나타나며, 학교생활에서 회피 행동, 주의 산만, 자기 비하 등이 관찰된다.
- 안정적인 루틴과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2. 바둑 교육이 제공하는 정서적 환경
- 바둑은 일정한 규칙과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며, 예측 가능성과 반복성이 높은 활동이다. 불안장애 아동은 이러한 구조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며 혼란스럽고 통제 불가능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제공받는다.
- 돌을 놓고 기다리는 시간, 상대의 수를 예측하는 과정은 아동에게 충분한 사고 시간을 제공하며, 즉각적인 감정 반응보다는 사고 후 행동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불안에 따른 충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 바둑의 승패는 절대적인 성패가 아닌 전략과 선택의 결과로 해석되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자기 책임감과 회복 탄력성을 자연스럽게 증진시킨다.
- 복기 과정은 아동에게 감정을 언어화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수에서 긴장했어요”, “이건 자신 있었는데 막혔어요”와 같은 표현은 감정을 분명히 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정서 조절과 자기 표현 능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 더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바둑은 감각 자극에 민감한 아동에게 과잉 자극 없는 심리적 휴식처가 되며, 집중하면서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3. 실제 사례 분석: 초등 4학년 A군의 변화
- A군은 분리불안과 시험불안으로 인해 수업 중 잦은 이탈 행동을 보이던 아동이었다. 소그룹 바둑 수업에 주 1회 참여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 처음엔 돌을 쥐고 손을 떨었지만, 3주차 이후 돌을 천천히 내려놓고 상대를 쳐다보는 행동이 관찰됨
- 상대 수를 예상하며 불안 대신 기대와 집중을 표현하는 비언어적 반응 증가
- 바둑 복기 시간에 “여기서 졌지만 다음엔 이렇게 해볼 거예요”와 같이 감정과 전략을 언어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임
- 담임교사 인터뷰에 따르면, 바둑 활동 이후 교실에서도 질문에 손을 드는 빈도, 다른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늘었다고 보고되었다.
4. 바둑의 심리적 안정 기전
- 바둑은 일정한 규칙과 순서를 따르는 게임으로,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취약한 불안장애 아동에게 질서감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러한 예측 가능한 환경은 아동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며, 감정적 긴장을 완화시킨다.
-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수순을 통해 아동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불안이나 초조함이 고조될 때 감정을 즉시 표현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일단 한 수를 두고 생각하는 훈련이 된다.
- 바둑의 승패는 명확하나 절대적이지 않으며, 매 순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인식은 아동의 실패 수용력과 회복력을 길러준다. "이번엔 졌지만 다음엔 다르게 해볼 수 있어"라는 태도는 불안에서 벗어난 자기효능감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 복기 과정을 통해 아동은 단순한 반성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원인 파악과 대안 탐색의 사고 구조를 연습하게 된다. 이는 학습 상황뿐 아니라 대인 관계, 감정적 대응에서도 문제 중심의 사고 방식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무엇보다 바둑은 조용한 환경 속에서 한 수씩 진행되기 때문에 감정이 격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명상이나 호흡 훈련과 유사한 정서적 조절 경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5. 부모와 교사를 위한 바둑 활용 가이드
- 불안장애 아동에게는 성과 중심의 경쟁 유도보다는 과정 중심의 안정적 지도가 필요하다. 바둑의 승패보다는 도전 과정에서 보여준 용기, 집중, 감정 표현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바둑을 함께 두는 동안, 교사나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생각으로 이 수를 뒀니?", "그 수를 둘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와 같은 감정 기반 질문을 던지며 감정 탐색과 언어화를 도와야 한다.
- “졌지만 잘 싸웠어”, “이번엔 어떤 수를 시도해봤니?”와 같은 피드백은 아이의 도전 경험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게 해주며,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 복기 활동 이후에는 아이가 느낀 감정, 떠오른 생각, 다음에 해보고 싶은 전략 등을 간단한 글쓰기(바둑 다이어리), 그림 표현, 구두 발표 등으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감정 조절력과 자기 성찰력을 동시에 길러줄 수 있다.
- 특히 교사는 바둑 활동을 통해 아이의 불안 신호(예: 돌을 놓기 전 망설임, 반복 행동, 표정 변화 등)를 세심히 관찰하고, 바둑을 통해 나타나는 정서 반응을 수업 평가와 상담에 활용할 수 있다.
- 부모는 집에서 주말 바둑 시간을 만들어 아이와 함께 조용히 수를 두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정서적 안정을 높이고 관계를 회복하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불안장애 아동에게는 강제적 경쟁보다 과정 중심의 지도가 필요하다.
- “졌지만 잘 싸웠어”, “이번엔 어떤 수를 시도해봤니?”와 같이 감정을 위로하고 도전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언어 사용이 중요하다.
- 복기 활동 후 아이가 느낀 감정, 생각, 다음 목표를 짧게 일기로 쓰게 하거나 구두로 표현하는 활동을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6. 결론: 바둑은 불안장애 아동에게 감정 조절의 교과서
바둑은 불안장애 아동에게 규칙 있는 질서, 느림의 미학, 실패의 경험을 통한 회복력이라는 교육적 심리 자원을 제공한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정서적 안전지대를 만들어주는 도구로서의 바둑 교육은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바둑을 통해 아동은 조용히 자신을 마주하고, 세상을 향한 감정의 균형을 회복해나간다. 부모와 교사, 지도자는 이 과정을 지지와 기다림의 태도로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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