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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동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인내심’이다.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기다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급해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둑은 인내심을 기르고 감정 조절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교육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바둑을 통해 아동이 어떻게 인내를 배우고, 자기조절력을 키워가는지를 실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차례를 기다리는 훈련: 규칙 속에서 배우는 절제
바둑은 명확한 규칙에 따라 한 수씩 번갈아 두는 게임이다. 아동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까지 반드시 기다려야 하며, 상대의 수를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 충동성 조절: ADHD 아동이나 감정 조절이 어려운 아이에게 특히 유익함. 무턱대고 돌을 놓지 않고, 상대의 수를 분석하며 기다리는 습관이 형성됨.
- 규칙 준수와 자기 통제력 향상: 바둑판 앞에서의 훈련은 교실이나 가정에서의 행동 조절력과도 연결됨. 일정한 규칙에 스스로를 맞추는 훈련이 가능함.
2. 수읽기를 통한 신중한 판단 연습
바둑에서는 한 수의 실수가 전체 흐름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돌을 놓기 전에 여러 가지 수를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수읽기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 즉흥성 억제와 깊이 있는 사고 유도: 생각 없이 돌을 놓는 경우 불리한 결과를 초래함을 경험하며,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이 길러짐.
- 미래 예측력과 전략적 사고 강화: 수읽기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고하는 법을 배우게 됨.
3. 패배 수용과 감정 조절 훈련
인내심은 단지 기다리는 능력만이 아니다. 패배나 실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절제하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인내의 중요한 요소다.
- 패배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 바둑에서 진 경험을 복기하며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훈련을 받게 됨.
- 부정적 감정의 언어화 연습: "졌지만 내가 잘한 수가 있었어", "다음엔 이 수를 조심해야겠다"와 같은 자기 위로와 재도전 언어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짐.
4. 실전 사례: 감정 조절이 어려운 아동의 변화
초등학교 3학년 A군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자신의 차례가 아니더라도 수시로 말을 끊거나 돌을 놓는 등 충동적 행동을 자주 보이던 아동이었다. 친구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대국 중 실수했을 때는 울거나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바둑 수업에 참여한 초기에는 수를 두기 전에 기다리지 못하고, 규칙을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는 A군에게 매 수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설명하며 기다리는 훈련을 유도했고, 복기 시간에는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지도하였다.
3개월 차에는 한 판을 끝까지 집중하며 마무리하고, 패배 후에도 자신의 수를 분석하며 친구의 전략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교실에서는 친구와의 의견 충돌 시 언성을 높이기보다 말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관찰되었고, 수업 시간에도 교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6개월 후, 학부모 상담 시 A군의 부모는 “아이의 분노 표출이 줄고, 지는 것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가정 내에서도 형제와의 갈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A군 스스로는 “바둑 두면 생각하게 돼서 기분이 나아져요”라고 말하며, 바둑을 감정 안정의 도구로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3학년 A군은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친구와의 작은 경쟁에서도 쉽게 분노를 표출하던 아동이었다. 그러나 바둑 수업을 통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실수를 복기하며 인정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점차 감정의 폭발 빈도가 줄어들었다. 6개월 후에는 친구에게 “이번엔 네가 잘 뒀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며, 패배 후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5. 교사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인내 훈련 전략
교사와 부모는 아동이 일상에서 인내심을 기르고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지와 실천적 훈련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바둑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구조 덕분에 가정과 교실 어디에서든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인내 훈련을 도울 수 있다.
- 복기 일지 작성: 바둑 대국 후 아동이 자신의 수를 돌아보고 잘한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글로 작성함.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며, 감정 조절과 자기 성찰 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 시간제한 바둑: 제한된 시간 안에 수를 두도록 설정하여, 조급함을 극복하고 판단을 멈추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게 한다. 생각 없이 행동하는 충동성을 억제하며, 집중력과 함께 인내력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다.
- 협동 바둑: 두 명 이상이 한 팀이 되어 수를 상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 서로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인내와 협력, 경청, 자기주장의 균형을 배우게 되며, 이는 갈등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6. 결론: 바둑은 인내를 배우는 심리 훈련장
바둑은 아동에게 단순한 지능게임을 넘어, 감정 조절과 인내심, 자기 성찰을 동시에 제공하는 정서 훈련의 장이다. 특히 바둑의 느린 흐름과 반복적 사고 구조는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며, 이는 곧 감정의 급발진을 줄이고 안정된 태도로 상황을 대처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바둑을 통해 자란 아이는 단순히 잘 참는 것이 아니라,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생각으로 조절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교실과 가정에서의 바둑 활용은 아동의 심리적 자율성과 사회적 인내력을 기르는 데 있어 중요한 실천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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